한밤중 야근하던 프로듀서에게 복면을 쓴 의문의 사내가 나이프를 들이밀었다
"누...누구시죠...?"
사내는 어이없다는 듯이 큭큭 웃으며 답했다
"누구냐고 물으면 답할거 같아 보이나보지?"
프로듀서는 식은 땀을 흘리며 고개를 조용히 양옆으로 저었다
"283씨...당신 그 나이에 수완이 너무 좋단 말이야..."
겁을 잔뜩 먹은 프로듀서를 앞에두고 사내는 여유가 넘친다는 듯이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이 실수도 좀 하고, 윗사람들에게 빌빌 기면서 접대도 해야 눈 밖에 안 난다는 걸 모르나?"
내가 그렇게 눈 밖에 날 존재였던가?
프로듀서는 자신을 그렇게 높게 평가한 적은 없었기에 이 상황이 현실로 와닿지 않았다
"그리고 자네 같은 사람을 일찍 처리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거물이 될거라 여러모로 의뢰주님껜 좋지 못하거든"
사내는 나이프의 칼등으로 프로듀서의 목을 톡톡치며 위협했다
"사...살려주세요...저에겐 아직 해야할 일들이..."
"아...해야할 일들... 거참 성실하시네. 그 정도 성실함이면 그 일은 저승에서도 할 수 있을거야"
그 말과 동시에 사내는 나이프를 크게 휘두르며 프로듀서의 목을 내리쳤다
쨍강!!!!
금속끼리 부딪치는 충격음
프로듀서는 찔끔 감았던 눈을 떴다
그러자 눈앞엔 익숙한 실루엣이 유령처럼 하늘거리고 있었다
"뭐....뭣!? 메스로 나이프를 막았다고...그것도 한낱 여자애가??"
사내는 잠시 뒤로 주춤했다.
그리고 후훗 후훗 웃으며 새하얀 소녀는 대답했다.
"메스는...의료기구지만...쓰는 사람에 따라선 흉기니까요..."
"아니아니...메스가 절삭력은 있겠지만 나이프를 막아낼 내구력 같은 건 없다고. 하물며 그 가느다란 여자의 팔로 어떻게..."
말을 끝내기도 전에 복면의 사내는 뭔가를 느낀 듯 흠칫 놀라며 몸을 옆으로 피했다
"크악!!!!!!"
사내는 왼쪽 팔에서 피를 흩뿌리며 괴로워했다. 그 순간적인 기지로도 미쳐 다 피하지 못한 듯한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유감...이옵니다... 좀더 편하게...보내드릴 수 있었는데..."
사무실의 어두운 한 구석에서 검은색 소녀는 조용히 걸어나왔다
"이것도...린제가 아직 미숙한 몸이기 때문이겠지요...삼가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렇게 말하는 소녀의 손에는 가느다란 목도가 들려져있었다
"모...목도로... 그 거리에서 닿지도 않고 나를 베었다고???"
사내는 입장이 역전되어 이제 자신이 두려움의 늪에 빠졌다
"너희들...뭐하는 자들이냐...!!!!"
"후훗...유코쿠 키리코...아이돌입니다"
"후훗...모리노 린제...아이돌이옵니다"
어둠속에서 동시에 조용히 나긋나긋 울려퍼지는 그 목소리는
평소처럼 상냥한 톤이었지만 어딘가 무게감이 있었다
"유코쿠...모리노...설마...!?"
사내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을 이었다
"동(東)의 유코쿠. 서(西)의 모리노란 말인가!?"
프로듀서는 한참전부터 패닉 상태였지만 방금 그 기묘한 단어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동의 유코쿠...서의 모리노라뇨?"
"283씨...당신 같이 깨끗한 사람은 모르는 것도 당연하겠지...뒷쪽 세계에선 유명한 암살자 가문이다..."
"아...암살자!?"
"그래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일본을 동과 서로 나누어 어둠에서 군림해온..."
프로듀서는 이게 다 농담처럼 여겨졌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비현실적이다
"두...두 사람의 집은...의사에...포목점이지? 그렇지...?"
"후훗...표면상...이에요"
"후훗...표면상...이옵니다"
두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프로듀서에게 대답했지만 달빛 아래 새하얗게 비쳐지는 그 표정은 섬뜩하게 느껴졌다
"제...젠장...283의 아이돌들은 확인했지만...이름이 겹치는 우연이라 생각했는데. 설마 암살자들이 아이돌을 하고 있을 줄은..."
사내는 수가 틀렸다는 듯이 그대로 창문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후훗...도망칠 수 없어요...거긴 메스씨들이...춤추는 곳이니까요"
아랑곳하지 않고 사내가 창문을 열자 설치된 트랩이 발동하여 천장으로부터 메스가 비오듯이 쏟아졌다
"아악!!!!"
사내는 머리를 감싸쥐며 몸을 숙였다
"후훗...아직 린제의 사정권...안입니다"
린제가 목도를 크게 휘두르자 사무실 안은 폭풍이 일듯 일렁거렸고
사내는 등에 커다란 열상을 남기며 쓰러졌다
심약한 프로듀서는 피보라가 몰아치는 광경에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 사무소 안은 조용했다.
7시... 아직 하즈키씨도 출근하지 않을 시간이다.
"꿈이었나..."
프로듀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무소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모든게 그대로였다
"휴...다행이다. 그럼 그렇지. 그게 현실일 리가..."
그때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졌다.
"엇!?"
"프로듀서님...좋은 아침이에요..."
"프로듀서님...좋은 아침이옵니다..."
"린제...키리코...!?"
프로듀서는 어젯밤 꿈이 생각나서 소스라치게 놀랐다
"너희들이 지금 이 시간에 왜 여기에..."
그러자 그 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오늘은...오전 로케 촬영 때문에...이 시간에 출발해야한다고 프로듀서님이..."
"아 맞다 그랬지...내 정신좀 봐 하하...어젯밤 늦게까지 야근해서 그런가"
프로듀서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돌리며 두 사람을 배웅할 준비를 했다
"린제와 키리코는 자랑스런 283의 아이돌이니까..."
그 말에 둘은 생글생글 웃으며 프로듀서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후훗...표면상...이에요..."
"후훗...표면상...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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